로봇 '찰리' 만든 데니스 홍 교수
美 최초의 휴머노이드 2400만원 들여 개발
몸무게 12㎏에 불과 상용화에 유리해 주목
로봇 '휴보' 만든 오준호 교수
한국 로봇의 자존심 직립보행 연구에 박차
기술 공개·이전 나서 "세계 표준화 이끈다"

▲ (왼쪽부터)데니스 홍 교수, 오준호 교수.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사람 크기의 로봇은 한국·일본에선 흔한 얘기다. 미국에서는 이제 하나 만들어졌다.'

138년 역사의 미국의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Popular Science)'는 지난달 표지기사에서 로봇 '찰리(CHARLI)'를 소개했다. 찰리는 사람의 모양을 한 로봇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사람 크기 휴머노이드였다.

파퓰러사이언스는 찰리를 소개하며 한국 KAIST의 오준호 교수와 일본 혼다 연구팀이 휴머노이드 연구에서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보도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미국의 찰리 역시 한국인의 손에서 태어났다. 찰리를 만든 사람이 바로 재미(在美) 한국인 과학자 데니스 홍(한국명 홍원서) 버지니아공대 교수이기 때문이다. 파퓰러사이언스 기사는 결과적으로 전 세계 휴머노이드 분야 연구에서 한국인 과학자들의 파워를 보여준 셈이다.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미국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

파퓰러사이언스는 데니스 홍 교수 덕택에 미국이 처음으로 사람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체의 구조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장난감 크기로 만드는 작업은 대학교 동호회에서도 가능하다. 하지만 어른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고 걷게 하는 과정은 매우 어렵다. 로봇이 걸을 때 몸통에 연결된 팔, 다리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은 로봇의 키가 커질수록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작은 로봇을 갖고 개발하다가 점차 큰 로봇의 개발로 옮겨가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과정이 휴머노이드 개발의 전형적인 과정이었다.

데니스 홍 교수는 이런 시행착오를 대폭 줄였다. 홍 교수는 불과 1년 반이라는 짧은 시간과 2만달러(약 2400만원)의 적은 연구비로 미국 최초의 신장 1.5m의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우뚝 세우고 걷게 만들었다.

홍 교수가 단기간에 찰리를 완성한 배경에는 '자연 모방 기술'이 있다. 홍 교수는 이미 뱀이 기어오르는 동작을 모방해 고층 건물을 기어오르는 건축물 검사 로봇을 개발한 적이 있다. 홍 교수는 "걸을 때 로봇은 딱딱 끊어지지만, 사람은 매우 부드럽게 걷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며 "부드러운 관절 제어를 위해 용수철 같은 탄성 있는 도구를 사용했더니 개발이 보다 쉬웠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처음부터 상용화를 고려하고 찰리를 개발했다. 가정에서 로봇을 교육용으로 구입하려면 무엇보다 가벼워야 한다. 무거운 로봇이 아이에게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비싼 로봇이 흉기로 돌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홍 교수는 "찰리는 가벼운 탄소 섬유 등을 사용해 몸무게를 경쟁 로봇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12㎏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휴머노이드 개발에는 데니스 홍 교수 외에도 드렉셀대학의 폴 오 교수,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댄 리 교수를 비롯한 한인 과학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파퓰러사이언스는 전했다.

◆토종 휴머노이드 휴보, 세계 표준을 꿈꾼다

파퓰러사이언스가 일본 혼다 연구진과 함께 휴머노이드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한 KAIST 기계공학과 오준호 교수팀은 최근 휴머노이드 '휴보'의 직립 보행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작년 말 휴보가 시속 3.6㎞로 뛰는 데 성공하면서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요즘 휴보가 다른 로봇과 차별성을 두려는 분야는 직립 보행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직립 보행은 허리를 세우고 걷는다는 데 초점이 있지 않고 무릎을 굽히느냐에 달렸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걷는다. 하지만 아직 휴머노이드 로봇은 걸을 때 무릎을 굽히고 걷는다. 무릎을 굽혀야 자세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오준호 교수가 최근 해외 교류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오 교수는 휴보의 기술 이전과 공개에 매우 적극적이다. 혼다는 '아시모'의 연구개발비조차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기술 공개와 이전에 매우 소극적이다. 전문가들은 아시모의 개발비용이 수천억원대일 것으로 추정한다. 아시모만큼은 아니어도 휴보도 40억원 정도의 개발비용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오 교수가 휴보의 기술 이전을 꺼리지 않는 속내는 휴머노이드 분야의 표준화를 우리가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휴보의 기술을 세계 곳곳에서 채택해, 휴머노이드 분야의 주류로 휴보 기술이 자리 잡기를 노리는 것이다. 오 교수는 "1980년대 IBM과 MS가 만든 PC가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양사는 기술적으로 앞선 애플을 제치고 시장을 선도했다"며 "기술 개발 시기는 일본 휴머노이드가 앞섰지만 우리는 기술 공개로 로봇의 표준화를 이끌어 내 휴머노이드 시장을 이끌고자 한다"고 말했다.